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세상살이다.
말 중에서는 자기 말은 빼놓고 남의 말에만 열을 올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말은 칭찬보다는 비난, 긍정보다는 부정의 말들이다.
탈 또한 제 잘못, 제 탓은 제쳐놓고 걸핏하면 조상 탓, 이웃 탓, 나라 탓, 세상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탈은 탓으로 일어나는 변고이다. 가히 꼴불견이다.
이 꼴불견들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생존경쟁이 심하면 심할수록 정비례적으로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중생이라 했던 것일까.
사람이 모여 사회와 국가라는 공동체를 이룬다. 이 공동체는 이러한 꼴불견을 제어, 조절하기 위한 기준치(standard), 법을 필요로 한다. 윤리, 규범, 규약도 같은 취지의 필요조건이다. 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을 때 응분의 제재를 가하는 것이 벌(罰)이다.
종교단체도 마찬가지다. 비록 궁극의 목표를 인격의 완성에 두고 있지만, 종교인 모두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도 행동의 규제와 원칙의 폭이 정해진다. 이것이 종교의 계율(戒律)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무렵 제자들이 물었다.
"앞으로 저희들은 어떻게 수행 하오리까."
"모름지기 계(戒)를 스승으로 삼아라(爲戒爲師)."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이 말씀을 남기셨다.
불가에도 많은 계율이 전해오고 있다. 비구승(比丘僧)이 지켜야 할 250계, 비구니(比丘尼)의 348계, 사미 10계, 신도 5계 등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시대적 상황과 교단의 필요성에 의한 연유에서 생긴 것이다. 유일신교(唯一神敎)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하늘로부터 성령의 불이 바윗돌에 계명을 새기는 그러한 권위적, 신비적 형태는 찾아 볼 수 없다.
그 많은 계율 중 오늘까지 전통적으로 행해지는 흥미 있는 계율이 하나 있다.
'묵빈대처'― 인도말로 브라흐마 단다(brahmadanda, 음역 梵壇 梵法)라 한다. 이는 죄를 지은 비구․비구니를 치죄(治罪)하기 위하여 그와는 일체 말이나 왕래를 끊음으로서 그를 외톨이로 돌려놓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대중 속의 고독이라 할까. 누구든 상종을 않고 본체만체함으로써 부끄러움과 참회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는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게 하는 멋진 치죄방법이 아닌가.
본래 바라문교의 계율을 수용한 것으로 범왕이 궁전 앞에 단(壇)을 설치하고, 그 단상 위에 죄인을 올려놓고는 지나가는 누구든 거들떠보지도 못하게 했던 처벌법이었다.
부처님 재세(在世) 시에 매우 버릇없고 행동이 나쁜 '차익(車匿)'이라는 제자에게 처음 적용된 법이다.
하루는 부처님의 제자, 아난다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스승께서 열반하신 후에도 '차익'비구가 저렇게 버릇없는 짓을 하면 어떻게 처리하오리까?"
"내가 열반한 후에도 '차익'이 위의(威儀)를 따르지 않고 계율을 범하거든 너희들은 '묵빈대처'로 엄단하거라."
그 이후 오늘까지 멸빈(滅 : 승적 박탈)하지 않을 때에는 이와 같은 묵빈으로 잘못을 깨닫게 하여 구제하였던 것이다.
내 자신을 돌이켜 보자. 나는 혹시 내가 속해 있는 덴버교민사회나, 관계하고 있는 교회나 사찰에서 '묵빈대처감'은 아닌지?
누구든 돌이켜 보자.
자신의 잘못을 반성, 참회하기는커녕 자기를 변명하기 위하여 남을 모함, 비방, 욕되게 하지는 않았는지?
남에게서 들은 말을 자기가 직접 들은 것처럼 인간관계를 이간질하거나, 거짓말을 꾸며대어 시시비비를 만들고, 사회를 어지럽히지는 않았는지?
이런 일은 스스로 지옥문을 열고 들어가거나, 지옥을 만들고 다니는 사람일 것이다.
무명(無明: 어리석음)에 찬 삶은, 보람 없는 허망한 인생인 것을…
화엄성중 기도도량
팔공산 달마선원
無學子 白雲古峰 梵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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