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대중(大衆)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어떻게 해야만 부모님의 깊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겠나이까.”
이때 부처님께서는 무겁게 입을 여시어
부모님의 은혜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라.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분별해서 설하리라.
가령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는 아버지를, 오른쪽 어깨에는 어머니를 업고 높은 산을 오른다 하자.
그때 그 사람이 살점이 갈라지고 뼈가 어스러지는 고통을 참으며 수미산 꼭대기를 몇 천 번 오른다 해도 오히려 부모님의 은혜는 갚을 수가 없을 것이니라.
또 어떤 사람이 부모를 위하여 예리한 칼로 자신의 심장과 간을 도려내어, 이때 흘린 피가 땅을 적실 정도가 되어도 아프다는 말을 않고 백 천 겁을 참고 견딜지라도 오히려 부모님의 깊은 은혜는 갚을 수가 없을 것이니라.
또는 자신의 몸을 심지로 삼아 불을 붙여 천 겁 동안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거나, 뜨거운 무쇠덩이를 삼켜 온몸을 불태우기를 한량없이 한다 해도 결코 부모님의 깊은 은혜는 갚을 수가 없을 것이니라.”
이것은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중, 부모님의 은혜에 대하여 보답을 설한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오늘은 음력 7월 보름 백중일,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 하는 날입니다.
이날은 부모, 조부, 증조부, 고조부 그 외 먼 조상들에게까지도 그분들의 은혜에 감사하며 효도하는 날입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위하여 49일 동안 매 일주일마다 극락왕생을 빌며 천도제(遷度齊)를 올리는 제삿날과 같은 것입니다.
비록 부모님이 자식에게 베푼 바가 없고, 무식하고, 재산도 남겨주지 못했다손 치더라도,
이 세상에 나를 태어나게 한 그 은덕만이라도 얼마나 큰 복이며 행운입니까.
설사 천애고아(天涯孤兒)이거나 부모의 얼굴조차 모르는 버려진 자식이라 할지라도,
부모님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 세상의 햇빛을 볼 수가 있었을 것입니까.
그러므로 이 은덕에 보답하는 길은 오로지 효도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효(孝)는 백행(百行)의 기본이며 인간이 지켜야 할 근본 도리인 것입니다.
7월 백중이 ‘효도일’이 된 데는 몇 가지의 연유가 있습니다.
옛적 부처님의 열 분 제자 중에 목건련(目犍連, 目連)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분은 본래 부귀하고 덕행이 수승(殊勝)하여 주위에서도 칭송이 자자했던
큰 장자(長者)의 외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찍 소년시절에 아버지를 여의어 어쩔 수 없이
부친의 가업인 무역업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그 당시의 무역업은 자국의 특산물을 배에 가득 싣고 여러 인근 국가들을 찾아다니며,
비단이나 도자기 등을 직접 물물교환하는 어렵고도 먼 장삿길이었습니다.
한 번 떠나면 몇 년이 걸릴 지도 알 수 없는 고된 여정이었지요.
떠나기 며칠 앞서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며 사뢰었습니다.
“어머님, 고생하시면서 남기신 아버지의 전 재산을 세 등분할까 합니다.
한 몫은 그동안 아버지의 사업을 뒷바라지하시느라 애쓰신 어머님의 몫입니다.
또 한 몫은 매일 500명의 스님들께 음식과 옷, 약 등 필요한 물건을 공양(供養) 올리도록 하십시오.
나머지 한 몫으로는 제 스스로 힘껏 사업을 해보겠습니다.”
“오냐, 그러마. 너에겐 아버지지만 나에겐 남편이 아니냐.
어이 남편의 돈을 함부로 쓸 수 있겠느냐.”
“어머님 고맙습니다. 가업을 계승해서 꼭 사업을 늘려보겠습니다.”
이리하여 모자 간의 약속은 철석같이 이뤄지고, 먼 장삿길의 뱃길은 멀어져만 갔습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 어머니가 바람이 잔뜩 나 자기가 부리던 종자(從者)와 죽자살자 여보 당신 한 겁니다.
물 쓰듯 돈을 탕진하며 음풍(淫風)과 방탕한 짓거리에만 휘둘렸습니다.
아들과의 굳은 약속도 언제 그랬냐 싶게 ‘중놈들에게 아까운 돈을 왜 줘―’ . 내 몰라라 했습니다.
여인은 방탕과 탐닉의 구렁텅이로 자꾸만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급기야 자기 몫 외에 스님의 공양비 몫까지 완전히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하필이면 이럴 때, 아무 것도 모르는 아들은 귀국을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한 시라도 바삐 어머님을 뵙고 싶은 아들은 벌써 10여 리 밖에서 통보를 보내 올
정도로 애가 달았습니다. 여인은 덜컥 가슴이 내려앉듯 했습니다. 양심도 찔렸습니다.
‘어쩔 수 없지. 거짓말을 하는 수밖에…….’
이때부턴 거짓부렁, 신파연극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나의 맹세를 들어보아라. 본래 사업이란 도와주는 사람은 적고,
시기․질투하며 망하게 하려는 자는 많은 법이다.
너 떠난 뒤로 내가 날마다 너를 위하여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며 기도 드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렇게 무사히 돌아 올 수가 있었겠느냐.
내 말이 거짓이면 나는 중병을 얻어 7일 내에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질 것이다.”
말이 씨가 되었던지 그 여인은 미쳐 일주일을 채우지도 못하고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아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정한 어미의 소문을 듣고는 창피해서 얼굴을 들기조차 어려웠습니다.
고민고민 하다가 급기야는 부처님을 찾아갔습니다.
“부처님, 돈을 번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 세상의 모든 것과 인연을 끊고 싶습니다.
살기조차 싫습니다. 이 못난 저를 부처님의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나복(목련의 속가 이름)아, 잘 왔다. 정말 장한 일이로구나.
어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출가시키면 팔만 사천의 부도와 불탑을 쌓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이며,
그 공덕으로 이 세상 생전 부모는 백 년 동안 편안할 것이며,
조상 10대조 까지도 극락왕생할 것이니라. 하물며 네 스스로 보리심(菩提心)을 내어 출가를 하겠다니 이 얼마나 경하(敬賀)할 일이냐. 내 기꺼이 머리를 깎아주마.”
이리하여 ‘목건련(目犍連)’이라는 법명을 얻고 부처님의 제자가 된 것입니다.
목건련은 열심히 수행정진에 들었습니다.
세상일을 잊으려고 더욱 애를 썼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어머니의 생각은 그를 계속 괴롭히기만 했습니다.
‘어머님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계실까.’
미칠 것 같은 그리움을 용맹정진으로 달래보았으나 사무치는 마음은 조금도 수그러질 줄 몰랐습니다.
결국 참을 수 없게 된 목건련은 혜안(慧眼)을 빌려 지옥의 어머님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 왠 일. 그 어머니는 칼날 위에 거꾸로 매달린 채 피를 철철 흘리며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으니……. 눈 뜨고는 볼수 없는 아비규환의 참상이었습니다.
“부처님, 자식된 도리로서 도저히 저 모습을 보고 그냥 넘길 수는 없나이다.
비나이다. 아무리 악행을 저질렀다 하나, 제발 저에게 어머님을 구제할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그렇게 간절한 마음이라면, 내 그 길을 일러 주마. 이번 한 철 동안 매일매일 너의 사형․사제들에게 정성껏 공양을 올리도록 하라. 그러면 축생으로라도 천도가 될 것이니라.”
여러분은 ‘우담바라’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이 말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구한다’는 뜻으로 ‘우란분(盂蘭盆)’이라고 음역한 것입니다.
여러분도 백중의 회향(廻向)으로 여러분의 부모님이 왕생극락하시도록 정성을 다 하시기 바랍니다.
백중은 하안거(夏安居) 해제일이기도 합니다.
이날은 스님들이 그동안 석 달 간(음력 4/16～7/15),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던 참선수행을 마치는 날입니다.
선방스님들이 전부 모여서 이날 해제선언을 합니다. 중생 해방의 날인 셈이지요.
또 자자일(自姿日)이기도 합니다.
자자(自姿)란 그동안의 안거 중에 보고[見], 듣고[聞], 의심나는[疑] 삼사(三事)에 대하여
자신이 범한 죄과를 스스로 대중 앞에 고백하고 참회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불가에서는 불교의 4대 명절인 성탄절, 출가일, 성도절, 열반절 외에
이날도 매우 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이처럼 목련존자가 안거가 끝나는 날을 택하여 여러 스님들께 공양을 올린 고사에 기인하여,
백중일에 영가(靈駕)를 위한 천도제를 올리게 된 것입니다.
오늘 이 법당에 많은 위패를 모신 것은 여러분의 부모, 형제, 자매, 친척, 스승 모두의 영가를 천도하기 위함입니다. 스님들도 이를 위하여 49일 동안 열심히 기도를 올리며, 이 기도의 공덕은 분명 모두의 원력을 이루게 하고, 세상을 불국토로 만들 것입니다.
이제 바같 세상으로 눈을 돌려 봅시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제일 시급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수재민을 돕는 일입니다. 그분들, 집 살림살이 가재도구 농토 등 모두 떠내려보내고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절집에서도 협조하고 여러분께서도 정성껏 보시하여 어려운 수재민을 조금이라도 도웁시다. 이것이 바로 중생회향(衆生廻向)인 것입니다.
여러분, 요즈음 신문 읽어 보셨지요? 이 각박한 세상에 모처럼 흐뭇하고 인정이 넘쳐 흘러,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고 부러위하며 그분을 존경하고 있는 기사 하나― 270억 원을 선뜻 보시(布施)한 83세 어느 노인의 미담 말입니다. 얼마 전 작고하신 강태원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입니다.
6.25사변 때 아내와 돌 갓지낸 아들을 남겨두고 혈혈단신 월남했다가 38선이 가로 막혀 돌아가지 못했지요. 이분은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하루 한 끼를 겨우 시루떡 한 조각으로 시장기를 달래며 한 푼 두 푼 돈을 모았지요.
행운이 뒤따랐던지 우연히 포목점을 시작해서 큰 돈을 벌었습니다.
새로 결혼해서 자식도 낳았습니다. 모두 대학교육 잘 시켜 아버지의 절약정신과 끈기와 인내심까지도 올곧게 물려주었습니다.
그런 정성과 이해로 가족 간에도 아무른 원성을 사질 않고 사회를 위해 고스란히 전 재산을 쾌척(快擲)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분이 진짜 ‘보살’입니다.
사회정의가 무어니, 진리가 어떻고 따위의 장황한 입발린 소리보다는 이러한 마음을 낼 수 있는 결단과 용기가 위대한 것입니다.
정말 삶의 가치와 인생의 의미를 아는 진짜 보살― 선인, 위인, 도인이라 할 수 있는 분입니다.
옛말에 ‘콩 반쪽도 나눠 먹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런 나눔의 정신이 바로 자비이며 사랑입니다.
삶의 터전인 이 사회가 삭막한 예토(穢土: 더러움이 가득 찬 땅)가 되지 않도록
서로 도우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모든 불자님들께 감사의 합장 올립니다.
성불합시다..
나무 마하반야 바라밀
八公山 達磨禪院 無學者 白雲古峰 梵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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