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할[喝]의 여운이 장군의 가슴을 찔렀다.
어느덧 가슴을 짓누르던 마음속의 시커먼 먹구름은
청천백일(靑天白日)처럼 말갛게 벗겨지고,
참회와 환희의 눈물만이 샘솟고 있었다.
바람(風)
공기의 이동을 바람이라고 한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있는가 하면 억수 같은 비를 동반해 피해를 주는 폭풍도 있다. 봄바람은 낭만을 부르고, 가을바람은 낙엽을 떨군다.
한국의 회오리바람은 퍽이나 감상적(感傷的)인 면이 있어 옛 사람들은 이를 '용오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토네이도나 허리케인 같은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가옥이 날아가고 나무뿌리가 뽑힐 정도로 그 자리는 온통 폐허가 되다시피 한다. 땅덩이가 크다는 으스댐인지 바람조차 그 위력이 대단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이에 못지않은 피해와 두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여름에는 태풍피해로 무려 7500여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런 자연의 바람도 바람이지만 그 보다도 더 큰 바람은 사람이 일으키는 인풍(人風)이다.
난봉꾼이 피우는 바람이 있는가 하면, 사회의 변혁이나 인기를 몰고 오는 선풍적(旋風的)인 바람도 있다. 요사이 한국의 민주화바람, 선거바람, 노동자의 파업과 임금투쟁바람, 학생의 데모바람은 세계에서 소문난 바람이리라. 사람과 집단에 따라 유형은 다르나 바람기가 미치는 영향력과 결과는 분명 있게 마련이다. 오랜 권력의 바람이 독재를 낳는 경우가 그렇다.
반면에 마음에서 일어나는 찬바람도 있다.
이란, 이라크의 7년 전쟁에 애를 태우는 미국바람, 덩달아 맘 졸이는 비산유국(非産油國)의 한국바람, 북풍한설 몰아칠 때 타국으로 끌려간 임을 그리는 한(恨)바람, 동족상잔의 비애를 낳게 한 6,25 전쟁바람. 이 모두는 찬바람, 아니 냉가슴바람이다.
별종(別種)바람도 있다.
미국의 교포사회에 이는 용공(容共)과 반공(反共)바람이다.
너도밤나무 나도 밤나무. 너도 민주투사 나도 애국지사. 이들 모두 고국 떠난 향수(鄕愁)의 바람이려니.
부처님은 바람을 여덟 가지로 말씀하셨다.
첫 째, 나에게 이익 되는 바람(利風),
둘 째, 나에게 손해 주는 바람(損風),
셋 째, 헐뜯고 중상 모략하는 바람(毁風),
넷 째, 지나치게 칭찬하는 바람(禮風),
다섯 째, 여러 사람 앞에서 추켜세우는 바람(稱風),
여섯 째, 대중 앞에서 상대를 비방하는 바람(欺風),
일곱 째, 고통스런 바람(苦風),
여덟 째, 즐겁게 흥분시키는 바람(樂風)이다.
<보적경, 대비바사론>
이 여덟 가지 바람은 중생사(衆生事)를 이끌어 가는 바람이기에 이 굴레를 벗어나기는 무척 힘들다. 이 팔풍(八風)은 일기보다 더 변화무쌍하여 항상 마음을 뒤흔들어 놓기가 일쑤다. 어쩌면 이 팔풍이 순풍(順風)이든 역풍(逆風)이든 마음이 흔들리거나, 변하거나, 상(傷)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수행이며, 마음 닦는 길일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교육의 지표는 궁극적으로는 이 바람들을 잠재우는 힘을 길러주는 연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태는 갈수록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문명의 속도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빨라져 가고 있다. 이 모순된 현실 속에서 만일 바람을 잘못 타기라도 한다면 인생은 고통과 불행, 절망의 나락(奈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그마한 이해관계로 원수가 되었다가 다시 동지로 뭉치는 배알 없는 얼치기들, 작은 칭찬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는 속물(俗物)들, 잘못을 지적하면 금방 죽일 듯 원수같이 대드는 경망한 녀석들, 남이 모르는 것 쥐꼬리만큼 더 안다고 천하에 자기가 제일인 양 거들먹거리는 하찮은 군생(群生)들. 이 모두는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바람잡이들이 아닌가.
이런 바람이라면 차라리 잠재우시오. 속이 훤히 내다보이지 않소?
쪼들린 집에 쌀 몇 됫박 들어왔다고 째지던 시절 잊어버리고 깨춤 추는 그 꼴― 그건 분명 패가망신(敗家亡身)바람이라오.
'네 바람에 내가 망했다.'
남 탓하지 말자.
'네 바람에 내가 산다.'
모두에게 이익과 안온함을 주는 신바람을 일으키자. 이런 바람이 정녕 대장부(大丈夫)의 바람일지니.
오늘 문득 청풍(淸風)이 삽상(颯爽)한 명월(明月) 아래에서 곡차 한 잔에 부처님의 게송 한 말씀을 듣고 싶다. 그래서 바람(風)은 바람(望)인가 보다.
화엄성중 기도도량
팔공산 달마선원
無學子 白雲古峰 梵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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